«   2024/03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Archives
관리 메뉴

어느 도시아줌마의 노는 이야기

[2013] 정렬된 라면이 일깨워주는 것 본문

아줌마의 잡담하기

[2013] 정렬된 라면이 일깨워주는 것

Soy™ 2013. 9. 9. 09:44


Sep. 9..

 

8월 불볕 더위가 한창인 어느날 새벽

그 시간까지 MLB경기를 챙겨보느라 많이 출출하던 차에 라면이나 하나 끓여 먹겠다고 찬장을 열었더니

 

 

쫘장~

저 정렬된 라면들 좀 보라죠!!

종류별로 차곡차곡, 그것도 라면 상표와 이름이 잘 보이게끔 정리가 되어 있군요.

 

순간,

깨꼼발을 딛고 짧은 팔로 저걸 정리하겠다고 애 좀 먹었을.. 한없이 귀여운 영감의 뒷태가 바로 눈 앞에 오버랩됩니다. 이게 무슨 느닷없는 감정인고..? 곰곰히 생각해봤죠.

 

우리가 연애를 시작할 때 여자와 남자는 말로 딱히 표현할 수 없는 서로의 매력에 한없이 끌리곤 하는데 그 중 특히 여자가 남자로부터 느끼는 매력 中에서 <귀여움>이라는 것은 그닥 큰 부분은 아닐겁니다.


하지만 연애를 오래하거나, 아니면 결혼을 하고 부부로 살다보면 상대방으로 부터 느끼는 매력 중에 가장 큰게 바로 이 <귀여움>이 아닐까 싶어요. 살면 살수록 姓的 매력, 마초적인 매력, 유머감각 등 연애초기에 중시됐던 매력들은 빛이 바래고 <귀여움>이라는 매력이 갑툭튀합니다.

 

결혼생활은 두 남녀간의 -일단 이성애에 기초한 결혼을 전제로- 끊임없는 감정놀음이지요.

딱히 '무자식이 상팔자다!!'라고 부르짖어서든 아니든 간에 부부사이에 자녀가 없는 경우엔 서로를 향한 감정놀음은 그야말로 결혼생활의 전부인거죠. 만고의 진리인 <평생 행복한 결혼생활이란 것은 허구다>는 것도 그 때문이겠지요. 


그래서 영원히 행복할 것만 같고 볼꼴 못볼꼴 다 본 사이인 부부사이 이더라도 지켜야 할 선이나 존중되어야 할 무언가는 쌍방합의하에 지켜지고 존중되어야 합니다. 좋지 않을 때를 예방하거나 대비한 일종의 보험이죠.

 

하지만..

"딱딱하게 지킬것 지키고 그러면 그게 부부고 가족이가...?"라는 볼멘소리는 하지 않아도 되요. 문득 터지는 배우자의 방귀소리에, 말도 안되게 못들어줄 음치적 소견이 예상되는 아내의 노랫소리에, 저같이 저렇게 정리된 라면을 통해 갑자기.. 우리는 언제든지 배우자의 매력을 발견할 준비가 되어 있으면 되는거니까요.

담배2

저 중에 너구리+짜파게티를 뽑아 장안의 화제였던 짜빠구리를 만들어 먹을까 하다가

라면 2개 먹고 아침에 퉁퉁부은 마누라는 매력없지 싶어서 진라면 하나만 끓여 후루룩~ 먹어치웠답니다. ㅋㅋ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