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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도시아줌마의 노는 이야기

[2010 쿠알라룸푸르] KL에서 친구를 사귀다 본문

아줌마의 해외여행기/[말레이시아]쿠알라룸푸르 짧은 여행기

[2010 쿠알라룸푸르] KL에서 친구를 사귀다

Soy™ 2012. 5. 25. 14:46


Dec 15, 2010

 

(전편의 배가고파 점심먹을 식당을 찾게 되었다는..그 다음 장면)

   

1. 점심을 먹다가 Zainal씨를 알게 되었다!


저~기 식당이 보인다.

노천? 노점 식당인데 규모가 굉장히 크다. 근처 직장인들이 많이 앉아서 먹는 듯 하다.

덥고, 다리 아프고, 목 마르고, 배고프고...

 

그런데 여기 주문하기 진짜 어렵다.

말레이지아 왠만한 식당에서 밥 한끼에 5~6링깃이라는데... 여긴 노점 식당이니까 더 저렴할꺼야.

(순전히 나만의 착각이었다...)

 

나   : 나시르막이란걸 먹고 싶은데요.

점원: ??

나   : 나.시.르.막. plz~

점원: (카운터에 앉아 계신 주인아주머니같은 분을 가리키며)...   

나   : 나시르막을 먹고 싶은데요.

주인: 그건 지금 안돼요. 나시르막은 아침메뉴야...

나   : 이런...

주인: 다른 것들로 먹어요. 다 맛있어요~

그녀의 말에 따라 주문하기 진짜 어려웠지만, 알고 보면 아주 쉽다.

 

Tip 이런 노점식당에서 식사하기!

<일단 접시를 하나 쥐고→밥을 퍼 담고→원하는 반찬을 주섬주섬 담은 후원하는 음료를 냉장고에서 집어서→카운터 주인아주머니한테 가서→계산하면 OK!> 한마디로 뷔페식으로 담고 접시당 계산!

 

▲ 이렇게 다양한 소스와 밑반찬을

기호껏 접시에 끼얹고, 담고 하면된다

 

▲ 태국에서 내가 무척 좋아했던

소스를 끼얹은 튀긴생선요리도 가져다가...

 

저렇게 담아서 가져가니 스프라이트 포함 11링깃.

 

아놔...5~6링깃이면 한끼 해결할 수 있댔는데... 아마 생선때문인것 같다.

반찬 남기는 것을 싫어해서 이것저것 조금씩 담아왔는데, 눈치상 퍼온 반찬들의 양이 문제가 아니라 몇가지 종류를 퍼왔느냐가 관건인 듯 하다! 앞으로 한 번 더 저런 노점식당에 가면... 잘 할 자신있다!!

  

계산을 마치고 빈 table을 찾는데...자리가 없다.


하는 수 없이 혼자서 점심식사를 하고 있는 말레이 남자분께 합석해도 되겠냐니...OK.

혼자 있으면 부끄러움을 타는 나는 접시 위의 생선눈깔을 응시하고 꾸역꾸역 밥을 먹는다.

 

합석한 남자분이 몇 번 망설이시는 듯 하더니 마침내 말을 거신다.

항상 그렇듯이... <where r u from??>으로 시작하는 대화.

 

그분의 성함은 Zainal이고 나이는 40대 중반이시란다.

(조금 더 잡숴보였는데...) 

매우 쭈뼛쭈뼛해 하시길래 그냥 호기심많은 말레이 아저씨인가보다 했는데.. 영어가 굉장히 유창하시다. 그러고보니 태국에 비하면 말레이사람들은 대부분 영어가 유창한 편이다.

더군다나 여긴 코스모폴리탄이랄만한 콸라룸푸르이기도 하고.. 다만 태국의 영어발음과 또 달라 그 발음에 귀가 적응하려면 시간이 좀 필요하다.

여하튼 밥 한숫갈 뜨고, 대답하고, 밥 한숫갈 뜨고, 질문하고... 그렇게 즐거운 점심식사를 마쳤다.

 

2. Zainal씨의 KL가이드


점심을 다 먹고 이제 본격적으로 lake garden을 -오기로라도- 찾아 나서려 일어선다.

그런데 Zainal씨-이하 Z-가 흥미로운 제안을 하신다.

 

Z : 괜챦다면 KL 이곳저곳 내가 소개시켜줘도 될까요?

나: 일이 있으실텐데...

Z : 괜챦아요. 전 개인사업사는 사람이라 오늘 오후엔 시간이 있어요.

     그렇게 해준다면 말레이지아에 온 손님을 대접하는 내게 굉장히 큰 기쁨이겠어요.

나: (흠...아저씨 인상이..괜챦을까??)

       음...

Z : 불편하다면 거절해도 괜챦아요. 마음 쓰지 말아요.

나: 그럼...괜챦으시다면 부탁드릴께요~

나...아주 간이 배밖으로 나왔지??

 

여하튼 나는 간을 배밖으로 내논 채 Zainal씨의 차를 얻어타고 콸라룸푸르 구경을 시작했다.

아~주 시원하고 편안하게!!

 

산마리아성당과 그 앞의 메르데카광장에 갔다.

무슬림인 Zailal씨는 내가 찬찬히 성당구경과 광장구경을 하는 동안 기다려주셨다. 이동하면서도 끊임없이 이런저런 설명을 해주신다. 흠...역사박물관을 굉장히 보여주고 싶어하셨지만...

전 박물관체질이 아니거든요. pass한다. 

그렇게 마지드자멕까지 보고서 차 한잔 하자고 Zainal씨에게 제안했다.

 


말레이지아에 왔으니 나시르막은 못먹었어도 떼따릭은 꼭 먹어보고 싶다고 했더니 한 식당 앞에 차를 세우고 들어가 떼따릭을 주문해주신다. 내가 계산하려고 했는데...한사코 Zainal씨가 손사래를 치며 계산하신다.

 

다시 차를 탄다.

 

쿠알라룸푸르의 도로는 둥글둥글 말아져있으면서 도시를 뱅뱅도는 특이한 구조다.

크지 않은 도시인데 도로가 여간 복잡한게 아니다. 그런 도로들 옆으로 내가 구경했던 마지드 네가라, 메르데카광장, 마지드자멕, 콸라룸푸르역 등이 자리잡고 있다.

 

(말레이지아도 오른쪽이 운전석...)


점심을 먹으면서부터 <lake garden응 당최 어디에...?>라며 계속 하소연을 했더니 Zainal씨가 려다 주겠다고 한다. 그 친절함에 몸둘바를 모르겠으나...사양하진 않는다.

말레이지아 관광청에서 집어들고온 쿠알라룸푸르 관광책자를 보여드리니 Zainal씨는 책자에 나온 KL호수공원사진을 찍은 자리를 꼭 찾아내고야 말겠다며 사진을 유심히 쳐다보신다.

 

(Zainal씨다)


드디어 lake gaden의 입구를 찾았다!

 

차를 파킹하고 호수공원으로 걸어들어간다. (입장료는 없다)

입구에서 호수쪽을 향해 조금 걸어가다가 어떤 말레이여자분이 아는체를 한다.

반갑게 서로 인사를 나누는 와중에 그 여자분이 나를 위아래로 열심히 훑어본다.


흠...나 시방 scan당하고 있는건가...?

 

둘이서 말레이어로 이야기하니 무슨 이야길 하는줄 모르겠다. 설마 Zainal씨의 극동에서온 애인쯤으로 취급당하고 있는건...아니겠지? 그녀는 Zainal씨의 前 직장 부하직원이라고 한다. 남편과 시어머니와 갓난쟁이 아기를 데리고 공원에 놀러왔다고 한다. 같은 아줌마끼리..

서로 좋은 하루되라고 인사를 나누고 우린 계속해서 lake를 찾아간다.

 

(드디어...)

 

KL호수공원의 Lake를 찾았수다~!!!!

정말 얼마나 대단한 곳이라고...

이렇게 힘들게 힘들게 현지인의 도움까지 받아 여길 왔단 말이냐!!!

Zainal씨는 관광책자에 나온 그 위치를 세밀하게 찾는다. 그러실것 까진 없는데요...

 

결국

저 멀리 Hilton과 Le Meridien이 쌍둥이처럼 조망되는 정확한 위치를 찾아서 자릴잡고 앉았다.

 


주변에 사진을 찍어달라 부탁할 사람이 없었다. 렇게 두리번거리다가 공원을 관리하시는 할아버지께 부탁드렸다. Zainal씨는 그 할아버지의 실력을 별로 못미더워 했지만 이렇게 괜챦은 사진을 찍어주셨다.

 


내가 어느 나라, 어느 지역을 가든지 되도록 공원에 가보려는 이유는 바로 위 사진이 주는 느낌때문이다. 공원풍경은 한가롭고, 무엇보다 평화롭고...번잡한 마음속을 잘 정리해주고 비워준다.

우리나라 공원에서처럼 열심히 앞뒤로 손바닥을 쳐가며, 뒤로걷기와 나무에 등치기 등을 하시는 분들은 찾아보기 힘들다. ㅋㅋ

 

3. About Zainal씨


호수옆에 앉아서 Zainal씨의 이야길 들었다.

그와 그의 부인은 무슬림이고 슬하에 1남2녀가 있단다. 큰딸은 더블린에, 아들은 맬번에 각각 유학가 있다고 한다. 막내딸만 같이 데리고 콸라룸푸르 근교에 사신단다. 쿠알라룸푸르의 고등학교과정은 영국과 호주, 아일랜드 등에서 그 학위과정을 그대로 인정받는다고 한다.

Zainal씨 본인은 얼마전까지 출판일을 하다가 너무나 바쁜 생활이 싫어서 사표를 쓰고 지금은 개인사업을 한다고 했다.

 

그 사업이란 것이...

우리나라에도 있는 암X이나 하이X빙같은 인적네트워크 판매방식...소위 말해서 다단계였다. 직까지도 다단계 판매방식의 폐해에 대한 트라우마를 갖고 있는 우리나라이기에 Zainal씨의 일에 한 자부심이 다소 생소하다. 하지만 그는 자신의 일에 대해서 상당히 만족하는 것 같다.

 

나이가 들면서 새로운 사람과 알고 지내는 것도 사당히 귀챦은 일이고, 일로써 사람들과 끊임없이 연결고리를 만들고 유지해야하는 것은...나에겐 고통 그 자체다. 하지만 그런 일이 적성에 맞고, 그런 일에 자부심을 갖고 있는 그이므로 한 번도 가보지 못한 극동 한국에서 온 아줌마에게도 스스럼없이 친절을 베풀고 있는 것일게다.


그리고...

마흔에서 몇해 모자란 나이를 먹은 내 눈에는 그가 지금 내게 보여주는 친절은 몸에 밴 영업적인 것이 아니라 자기 나라를 찾아온 이방인에 대한 호의라는 것 정도는 보인다.

 

 

어느덧 5시가 다 되어 간다.

 

호수에서 저녁을 맞고 싶지만 오늘도 선배네 가족을 만나기로 했다. 더군다나 오늘은 그 집에가서 심여사가 해주는 저녁을 얻어먹기로 했다. 한사코 거절하려 했으나 그 저녁초대라는 것이...너무나 완강했다! 계속 거절하면 쌍방이 모두 민망할 상황이었다. (아마 얻어 맞았을지도 모른다. )

 

오늘 이런 만남이 있었을 줄 알았다면 몇대 얻어맞더라도 초대를 거절했을텐데...

Zainal씨에게 저녁 한끼라도 진실 대접하고 싶었는데...정말 아쉽다. 괜챦다며 나를 숙소인 KL센트럴까지 데려다준 Zainal씨에게 일찍 돌아오면 부킷빈땅 즈음에서 차(tea)라도 한 잔 하실수 있겠냐니깐 꼭 전화하라고 하신다.

 

4. 저녁초대 


어제처럼 모노레일을 타고 라쟈출란역으로 가서 퇴근한 선배를 만났다.

선배는 심여사의 심부름으로 한인타운의 슈퍼에 가서 이것저것 장을 본다. 나도 빈손으로 선배집에 갈 수는 없어서 심여사 언니에게 뭐가 필요한지 물어봐서 이것저것 산다.

 


오우~ 오늘의 저녁메뉴는 요새 한인 아줌마들 사이에서 유행한다는 월날쌈!

물에 적신 rice paper에 이것저것 담고, 고수를 잔뜩 얹어서 동남아 특유의 피쉬소스를 끼얹은  둘둘말아 입 안으로 쏘옥~ 정말 맛있다! 월남쌈과 튼실한 망고스틴으로 오늘도 배가 찢어지는 지경에 이르렀다. 말레이지아에선 저녁마다 <돼지되기 트레이닝>을 받는 것 같다.

  

저녁을 먹고 신나게 셋이서 수다를 떨고 나니 이런...밤 10시가 넘어간다. 이렇게 있다가는 그 집에서 자고가란 이야기가 나올듯 하여 숙소에 가야겠다고 일어난다. Zainal씨에게 전화를 드리기엔 너무 늦은 시각이라 문자로 사정이야길하고, 데려다주겠다는 선배와 숙소로 가는 길에 KLCC 트윈타워에 다시 들른다.

 


어마어마하게 큰 크리스마스 트리가 KLCC내부에 설치되어 있는데 어떤 쇼핑몰에 가면 그보다 훨씬 더 거대한 트리에 사람까지 올라갈 수 있다고 했다. 눈도 안오는 무슬림 나라에서 크리스마스 기분은 더 내는 것 같다.


쌍둥이빌딩을 통과해서 KLCC호수공원쪽으로 나갔다.


밤 11시를 향해가는 시간이건만... 공원에는 더위를 식히며 연인과, 가족과 함께 밤마실을 나온 사람들이 가득이다.

 

▲ KLCC호수공원에서 찍은

수리아쇼핑몰과 KLCC쌍둥이빌딩

 

대단한 콸라룸푸르구경은 아니었을지 모르지만, 이곳저곳에서 느껴지는 이슬람문화, 무덥지만 평화로웠던 공원... 새로 만난 사람, 예전부터 알았던 사람들...그들이 나에게 베풀어준 친절과 배려. 그렇게 오늘은 이것저것 즐거운 경험으로 버물어진 꽤 괜챦은 하루였다.

 

근데,

내일 한국간다...OT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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